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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th Or Lie/불편한 진실들

천연, 자연, 내추럴, 리얼, 100%에 속는 소비자 - 천호식품 사태

년 11월 즈음에 모 제빵업체에서 빵과 함께 빙과류를 샀다. 포장지에는

REAL 

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적혀있었다. 순간 드는 생각은

"100% 블루베리 즙으로 만들었겠지? 리얼인데...  
다른 첨가물은 않들어있겠지? 정말? 리얼리?"


였다. 하지만 포장지에서 꺼내어 본 순간 살짝 실망했고(진짜로 보이는 듯한 블루베리 알겡이들이 박혀 있었으니...), 한입 베어무는 순간 너무 달게 느껴지는 맛에 각종 첨가물이 들어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포장지 뒷면 라벨을 보니, 인공설탕을 비롯한 몇 가지 첨가물 이름들이 적혀있었다. 이 빙과류를 산 것은 REAL이란 단어가 눈에 띈 것도 하나의 이유다. 그럼에도 REAL 아니라는 생각에 적잖이 실망한 것이다. 과연 REAL이라는 단어가 이 제품을 사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사먹는 식품엔 <천연, 자연, 내추럴, 리얼, 100%>라는 각종 문구에 적혀있다. 때론 이 단어들은 제품 선택에 있어 영향을 미친다.

천호식품이 몸살을 앓고 있다. 대표의 로또 당첨금 기부 선행을 퇴색하게 만든 촛불집회 비난성 발언. 이어진 불매운동. 설상가상으로 가짜 홍삼진액 논란까지 겹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언론이 쏟아낸 기사는 꽤나 자극적이다. 

짜 홍삼진액, 가짜 홍삼, 소비자들 분노

"천호식품이 가짜 홍삼 제품을 팔다 검찰에 적발됐습니다. 천호식품은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지하고 사과문을 올렸지만, 소비자들의 비난이 거셉니다." (출처: SBS)

"천호식품이 물엿과 카라멜 색소를 섞은 이른바 '짝퉁 홍삼'을 100% 홍삼 농축액이라고 속여 팔다 검찰에 적발됐다.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 제조 판매업체 천호식품은 '6년근 홍삼농축액과 정제수 외에는 아무 것도 넣지않는다'는 등의 문구로 홍삼 제품을 판매해왔지만 거짓임이 드러난 셈이다." (출처: 헬스라이프)

"천호식품이 가짜 홍삼 농축액을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천호식품이 물엿과 캐러멜 색소를 섞은 홍삼 제품을 100% 홍삼 농축액이라고 속여 판매한 것으로 확인돼 해당 제품 회수와 판매중지 처분을 내렸다." (출처: 우먼컨슈머).

기사를 언뜻 보면 진짜 홍삼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원료로 사용했거나, 진짜 홍삼 농축액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농축액으로 사용한 것 같은 뉘앙스로 읽혀진다. 그리고 천호식품이 검찰에 적발된 것으로 읽혀진다. 그러나 실상은 공급받은 진짜 홍삼 농축액에 첨가물로 캐러맬 색소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즉, 가짜 홍삼 원료나 가짜 홍삼 농축액을 쓴 건 아니란 얘기다. 그냥 첨가물이 들어간 것 뿐이다. 

아울러 천호식품이 아닌 원료 공급업체가 검찰에 적발된 것이다. 천호식품도 검찰에 REAL 적발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언론들이 적발됐다고 했지만, 팩트 체크는 필요해 보인다. 이쯤 되면 천호식품이 사과문을 게재하며 억울하다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만하기도 하다. 

홍삼진액에 적법한 캐러맬 색소, 물엿이 들어간 것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천호식품 사이트에서 발췌한 홍삼진액 제품 이미지를 잘 살펴보자. 아래와 같은 문구가 들어가 있다. 

출처: 천호식품

그리고 

원재료명 및 함량 표시에도 정제수와 홍삼농축액 외에는 다른 첨가물들이 표시되어 있지 않다. 

출처: 천호식품

결국 소비자는 홍삼농축액과 정제수 외에는 다른 첨가물이 들어가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 제품을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포장지에 적힌 홍보 문구 또는 식품표기 사항은 제품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문제가 된 이 제품은 식품분류법상 일반식품이 아닌 건강기능성식품으로 분류가 되어 있고, 허가된 마크도 표시되어 있다. 몸에 좋은 영향을 끼칠 거라는 생각으로 선택하게 되는 제품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홍삼농축액과 정제수 외에도 다른 첨가물이 들어간 사실이 알려졌으니 소비자들은 분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푸샵이 REAL이란 단어에 살짝 현혹돼 빙과류 하나에 느꼈던 실망감에 비할바 아닌 것은 이 제품이 일반식품이 아닌 건강기능성식품으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려 일반식품도 아닌 건강기능성식품!!   

속임을 당했다는 분노와 자괴감이 드는 소비자.

홍삼농축액과 캐러맬 색소


여기서 잠깐, 제품 원료로 쓰인 홍삼농축액에 대해 주목해보자. 농축을 했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가공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때 첨가물을 넣을 수도, 넣지 않을 수도 있다. 첨가물이 들어갔다면 식품표기법상 표기가 돼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법에 허점이 있는 것이다. 다만, 그 농축액을 공급받아 완제품으로 만드는 천호식품은 농축액에 대해 100%인지, 아니면 다른 첨가물이 들어있는지 확인 또는 검증을 철저히 했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 책임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해서는 <100%>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동영상에서보듯 이렇게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공급업체는 분명 농축액 원성분표를 제공했을 것이다. 만약 그 성분표에 첨가물이 표시되어 있었다면 천호식품의 명백한 실수 혹은 의도적 행위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공급업체의 문제다. 그럼에도 천호식품은 철저하게 농축액에 대해서 검증을 했었어야 한다. 

식용색소의 제왕, 캐러멜 색소

흑설탕, 콜라, 간장, 짜장라면 소스, 푸샵이 좋아했던 메가톤바, 어렸을 때 즐겨먹었던 땅콩카라멜... 

이들의 공통점엔 두 가지가 있다. 무엇일까? 하나는 색깔이 검거나 갈색 혹은 흑갈색이라는 것과 이 색깔은 캐러멜 색소가 들어갔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캐러멜 색소는 가공식품에 없어서는 안되는 VIP이다. 그 사용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이다. 무려 식용색소의 80%를 차지한다. 과자, 빵, 음료, 육가공품, 조미식품, 면류, 주류....등등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다. 실상이 이러하니 홍삼농축액에 들어가는 것쯤이야 일상다반사인 것이다.

캐러멜 색소, 문제는 없나?

캐러멜 색소는 천연 첨가물로 분류되어 있다. 그래서 거의 모든 식품에 사용할 수 있다. 과연 안전할까? 

해외 전문가들의 설명에 귀를 기울여보자. 캐나다의 도리스 사전트는 30년간 첨가물을 연구해온 식품 케미컬 전문가다. 그는 저서에서 캐러맬색소를 사뭇 잔인하게 묘사한다. 신경독을 가진 물질로 경련을 유발할 수 있으며, 백혈구를 파괴해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물질이라는 것. 또 미국의 건강 저널리스트인 루스 윈터 역시 "캐러맬색소는 베일에 가려진 첨가물이다. 동물실험에서 비타민 대사를 저해하는 현상이 확인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본의 첨가물 전문가인 와타나베 유지는 아예 족쇄를 채워버린다. "캐러멜색소요? 변이원성 물질입니다. 유전자에 손상을 가한다는 뜻이죠." -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2> 중에서

이런 캐러맬 색소가 들어간 홍삼농축액을 원료로 쓰는 건강기능성식품이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첨가물과 식품관련법의 부실함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꽤 많은 시간이 들어가므로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자. 결국 소비자가 똑똑해지고, 꼼꼼하게 더 챙겨볼 수 밖에 없는 이런 상황들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푸샵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속기도, 속이기도 참 쉬운 식품에 표기된 <천연, 자연, 내추럴, 리얼 100%>라는 단어의 이면를 살피는 꼼꼼한 습관

꼼꼼하게 살피는 습관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먹거리는 결국 건강으로 직결되는 것인지라 신뢰라는 것이 무척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신뢰가 무너진 시스템과 법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소비자인 국민이 지게 되는 것이니까요. 새해 첫 수요일 건강하고, 행복하게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이상 푸샵이었습니다. ┌(ㆀ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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