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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공간/일상의 끄적거림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시면서 왜 홀로 떠나셨습니까...법정스님!


  아가다보면 책 한 권이 큰 가르침을 주기도 합니다. 

때론 가르침을 넘어 사람을 살릴 때도 있습니다. 

가르침과 더불어 나를 살린 책은 법정스님이 쓰신 책이었지요.
『무소유』의 가르침은 불필요한 것을 지니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이, 인생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 가르침에 대한 실행은 여전한 것 같아 다행스러우나 

아직도 비워야할 것이 남아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속인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밑바닥까지 가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1995년은 25살의 파릇한 청년이었던 나에게 있어 그런 한 해였지요.
그 땐 순수한 의지만으로도 살아서 겪지 않아도 될 상황을 잘 견뎌내었습니다.
그러한 상황은 밑바닥을 경험하게 한 것이지, 내 인생을 밑바닥으로 떨어뜨리게 한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2006년 35살의 나는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 때 제 손에 쥐어졌던 또 한 권의 책은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였습니다. 

이 책은 나를 살게 했습니다.


그땐 제 의지만으로는 좀 부족했나봅니다.
스님의 말씀이 저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으니까요.
물론 더 큰 것들을 겪고 버텼지만, 나이가 들면 근육이 줄듯 의지도 조금씩 줄어드나봅니다. 
그러고 보면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순수하고 강했던 의지가 사라지는 것 같아서...그래서 읽고 또 읽었습니다.

나를 살게 하기 위해서.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하시면서 왜 홀로 떠나셨습니까?
왜 조금 더 우리 곁에서 채찍질 해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아직 제 자신이 누구인지 잘 모르겠는데 그걸 깨달을 때까지 왜 기다려주지 못하신 겁니까? 

하지만 스님의 가르침대로라면 이렇게 부여잡는 것은 다 부질 없는 짓이겠지요.  
그러니 그냥 미소지으며 보내드리려 합니다. 

스님이 말씀하셨지요. 날마다 죽으면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매일 매일 스님은 다시 태어나겠지요. 우리들 마음 속에서

그리하여 우리는 살아 있어서 행복할 것입니다.
그러니 그냥 미소지으며 보내드리려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는 스님의 말씀 때문에
그냥 미소지으며 보내드리려 합니다.
그리고 이 순간에도 제 삶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그 가르침을 지금 이 순간에라도 잊지 않아야 겠기에
그렇게 살아가겠습니다.

스님!

부디 극락왕생하옵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