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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공간/책속의 여러줄

워라벨과 소확행의 비결? 운동화를 신으세요!

2018년 트렌드 중 하나는 '워라벨'과 '소확행'이 아닐까 싶다. 처음 들었을 땐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워라벨: 'Work and Life Balance'의 줄인 말로 작장에 갇혀 일만 하며 살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개인의 삶도 중요하다는 인식과 더불어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려는 행동을 말한다. 주로 1988~94년생의 라이프 스타일.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말로 바쁜 일상이지만 순간순간 느끼는 작은 즐거움이 있다는 의미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2002년 쓴 수필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이를 '소확행'이라고 표현했다(1970~80년대 버블 경제 붕괴로 경제가 침체하며 힘들게 지낸 경험을 토대로,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심리가 담긴 용어).

 

일과 개인의 삶의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최근 불확실한 대박의 꿈을 좇는 20~30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비트코인 광풍에 일확천금을 꿈꾸면서 매일 아침 모니터를 보며 시세를 확인한다는 한국의 20대와 30대. 불확실한 미래, 금수저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인한 위험한 사회적 현상일 수 있다. 공부, 취직, 일, 집, 돈, 결혼, 육아를 생각하면 한숨만 나오는 건 한국에서의 삶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몸이 생리적 현상을 통해 말해주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걸까? 자신을 돌보고, 타인과는 소통하는 법을 익히면서도 정작 자신과 소통할 여유조차 없는 현실 속에서도 대박을 쫓는 환상 대신,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고 소소한 행복을 누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반가운 소식. 적어도 이들은 스스로에게 '나', '행복', '본질'은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답을 찾으려 노력하며 그 속에서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으려는 사람들임이 분명할 것이다. 그래서 반갑다.  


자신과 소통하는 시간을 늘리면서도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중에서 몸과 마음의 생리적, 심리적 안정과 더불어 생산성, 회복력을 향상하는 무려 네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간단하다.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 인류의 조상이 유전자로 물려주기까지 했다. 그것은 바로 움직이는 것이다. 몸을 의식적으로 움직이는 행위는 특히 외부적 자극(일, 대인관계, 사물, 심지어 음식물 알레르기)에 대해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팟캐스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대화(지대넓얕)'의 히로인 김도인은 그의 저서 《숨쉬듯 가볍게》에서 움직이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 속의 여러 줄: <숨쉬듯 가볍게>

세상을 경험하는 자신만의 방식을 배우지 않으면 자신을 계속 부정하고, 버거워하기 쉬워요. 민감성이라는 기질의 특징을 모를 때에는 자극에 대해서 반응도가 높은 특징을 긴장과 초조함으로만 인식하는 것처럼요. 신체 감각을 알아차리는 힘을 키우면 스스로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생겨요. 

하나. 신체 감각도 개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요. 같은 상황에 느끼는 감정이 다르듯 몸도 다르게 반응하는 거죠. 유산소 운동을 하면 신체 감각들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몸의 느낌을 쉽게 관찰할 수 있어요. 긴장되고 초조하다면 운동화를 신으세요. 몸의 감각에 익숙해지면 불안으로부터 벗어나 여러 가지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어요. 

둘. 똑같은 긴장도 유산소 운동을 통해서 경험하면 불안하고 초조한 느낌이 아니라 설레는 느낌으로 인식돼요. 운동을 통해서 주체적으로 경험하기 때문에 같은 느낌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거죠. 느낌에 대한 탈동일시가 일어나는 것과 같아요. 

셋. 심박수를 높이는 운동은 신체가 흥분하는 현상에 익숙해지도록 도와줘요. 민감성이 높은 경우에는 사소한 자극에도 반응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죠. 신체가 흥분에 익숙해지면 미세한 자극에 반응하는 정도를 상대적으로 낮춰주는 효과가 있어요. 

방법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은 운동화를 신고 달리는 거예요. 원하는 장소, 시간에 따라서 할 수 있으니까요. 계단 오르기나 자전거 타기, 빨리 걷기, 수영, 등산, 아쉬탕가 요가 등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보세요. 유산소 운동을 할 때는 몸에서 일어나는 느낌들을 관찰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호흡에 집중하면서 강렬한 감각이 느껴질 때마다 그 감각에 집중하면 됩니다. 어떤 감각들이 느껴지는지, 감각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차려 보세요.

김도인의《숨쉬듯 가볍게》중에서

운동화를 신는다는 것은 의식이다. 그 의식은 운동이라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운동은 근육과 심장을 튼튼하게 만들고, 호르몬 반응을 이끌어내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준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개념이 확고해진다. 이를 통해 몸과 마음의 회복탄력성은 복원되고 일과 삶의 균형 속에 생산성이 높아진다. 더불어 세로토닌 생산량이 늘어나 행복감까지 느낄 수 있다. 운동 외에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는 방법도 알아보자. 

가끔 당일로 가까운 바다를 찾아 작은 여행을 한다. 하늘과 바다를 응시하며 모래 위를 걷는 건 무척 행복한 일이다. (사진: 푸샵)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가운데 일상에서 방전된 에너지를 충전하기. 대표적인 것이 '멍 때리기', 명상, 자율감각 쾌락반응(ASMR)을 이끌어내는 장난감 - 피젯 스피너, 스트레스 볼, 슬라임 - 가지고 놀기 등이 있다(나는 주로 하늘을 보고 멍 때리는 것을 좋아한다. 피제 스피너는 하나 사보고 싶긴 하다).


작은 여행. 휴가 때까지 기다리거나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해외여행이나 SNS에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자신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여행으로 당일 내지 1박 2일로 작은 여행 하기. 대표적인 것이 골목길 걷기, 대도시를 벗어나 작은 도시 여행하기, 멋진 풍광 보러 가기,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곳 방문하기, 문화 유적지 찾아가기가 있다(나는 가끔 가까운 바다로 가 하늘과 바다를 응시하며 모래 위를 걷는다. 운전을 하는 것도 나만의 공간 속에서 음악을 듣고 생각에 잠기기에 좋다). 


짧은 휴식. <100년 쓸 몸 만들기> 매거진 글 <매일매일 '휴식'이 필요해>에서도 휴식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휴식이라고 해서 거창할 필요는 없다. 대표적으로 심호흡 하기, 점심 식사 후 걷기 운동하기(워런치족이라고 불린다), 걷기 명상, 낮잠 자기, 차 한잔 마시기 등이 있다. 최근에는 낮잠을 잘 수 있는 수면 카페, 만화도 보고 편히 낮잠도 즐길 수 있는 멀티 만화 카페들도 생겨나고 있다(나는 호흡이 얕아지는 것을 알아채고 심호흡을 10~20초간 하며,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고, 물을 마시러 가고, 점심 식사 후엔 걷는다. 일주일에 두 번은 집 근처 공원에 가 산책하고 달린다). 


매일 점심 직후, 혼자의 시간을 통해 나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 든다. 수많은 생각을 하다가 마침내 멍한 상태로 빠져든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알 수 없다. 제3의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제3의 상태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나는 눈과 귀 사이를 휙 스치는 느낌을 빠르게 잡아채곤 한다. 최고의 나는, 무리 속에서의 비교와 경쟁이 아닌,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발견된다는 각성. 이것이 공원을 혼자 거닐며 내가 개발해낸 ‘연금술’이다. 진짜 금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마음에서 황금을 만들어내는 기술. 이런 연금술로, 나는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는 공허함과 덧없음을 보람으로 바꿔놓는다. –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 중에서

자신만의 힐링공간. 케렌시아(Querencia)는 싸움소가 다음 전투에 대비하기 위해 힘을 비축하는 장소로 세상과의 연결 고리를 차단하는 나만의 힐링 공간을 빗댄 말이다. 대표적으로 온라인에서는 '대나무숲'에 익명으로 글 남기기, 직장인이 익명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 북카페, 동네 카페, 목욕탕, 동전 노래방, 혼술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술집 등이 있다(나는 자주 가는 카페가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계획 하고, 생각 하기 위해 간다. 목욕탕을 찾는 것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누리는 힐링 시간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고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원래의 당신의 모습을 찾아가고 싶다면...

구두와 힐을 벗고, 운동화를 신어 보세요!


원문: 푸샵의 <100년 쓸 몸 만들기>